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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에 붙여

세계화와 지역화의 진전에 따라 동북아와 동남아의 관계가 급속하게 확대되고 심화되어 간다. 그러므로 유교문화의 전통적 위상을 기준으로 동아시아의 지리적 범위를 중국, 한국, 일본 등 동북아와 베트남으로 축소하는 ‘페어뱅크(Fairbank) 패러다임’의 문화중심적 접근은 역사적 계속성에 집착한다는 점에서 지극히 정태적이다. 그와 대조적으로 시장경제의 가속적 성장에 근거하여 동아시아의 지리적 범위를 동북아를 넘어 동남아 전역으로 확장하는 ‘월드뱅크(World Bank) 패러다임’의 경제중심적 접근은 동아시아의 지정학적, 지경학적, 지문화적 조건에 내재하는 현실적 가변성을 부각한다는 점에서
충분히 역동적이다.

서구의 동남아학은 그 ‘언어(영어)패권’ 때문에 기본적으로 ‘수출지향적’이지만, 동북아의 동남아학은 그 ‘언어(영어)장애’ 때문에 전반적으로 ‘수입대체적’이다. 그러나 동북아의 경우에도 일상적 언어의 차별성이 전통적 한자의 공통성을 압도하는 문화적 균열이 각국의 ‘자급자족적’ 동남아학을 부추긴다. 그러한 내향성이 가장 두드러지는 것은 한국의 동남아학일 것이다. 동남아에 대한 긴밀한 관계가 역사적으로 수세기를 상회하는 중국과 일본에 비하여 한국과 동남아의 직접적이고 공식적인 관계는 1950년대 한국전쟁 이후 반세기의 경험에 불과하다. 그러나 동아시아 냉전체제의 고착에 따라 미국, 일본, 소련, 중국 등 ‘주변 4강’에 편중되는 한국학계의 관심에서 동남아는 지속적으로 배제된다. 한국동남아학회가 창립되고 그 학술지 『동남아시아연구』가 창간되는 것은 1991년이다. 따라서 한국 동남아학은 근본적으로 동아시아에서 냉전체제가 해체된 이후 최근 20년의 성과로 평가될 수 있다.

한국 동남아학의 국제적 ‘비교열위’가 심각한 것이다. 그러나 한국 동남아학의 그와 같이 지연된 발전에서 다양한 ‘후발이익’이 파생할 수도 있을 것이다. 여기에 게재되는 논문들은 외국학계의 눈부신 발전을 ‘따라잡기’ 위한 한국학계의 집단적 모색을 대변한다. 개별적 논문들은 그 학문분과, 연구주제, 분석방법 등의 다양성에도 불구하고 한국과 동남아의 관계가 급속하게 발전하는 동향에 주목하는 공통성을 드러낸다.

마지막 원탁토론이 시사하는 바와 같이 한국 동남아학은 아직 누적적이라기보다는 선구적이고 성찰적이라기보다는 계몽적이다. 그것은 여전히 연구기반 및 연구인력 등 그 외연을 확대하고 연구주제 및 연구방법 등 그 내포를 심화해야 하는 이중적 과제를 안고 있다. 냉전의 종식에 따라 동아시아는 정치적 갈등의 ‘전장’에서 경제적 경쟁의 ‘시장’으로 전환된다. 그러나 20세기 말의 지역적 경제위기와 21세기 초의 세계적 경제위기는 동아시아 지역통합이 국가적 경쟁의 ‘시장’을 넘어 지역적 연대의 ‘광장’으로 진전되기를 요구한다. 이 한국특집이 동아시아에서 밖으로는 개방적이고 안으로는 다원적인 지역적 공공영역을 추동하기 위한 동남아학의 인식공동체에 기여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박사명
강원대학교

Kyoto Review of Southeast Asia. Issue 11 (March 2011). Southeast Asian Studies in Kor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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